[해외칼럼]
미국은 이라크에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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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해답 요구하는 테러-유엔에 임무 넘겨줘야

 

  테러리즘의 해독(害毒)이 바그다드 주재 유엔사무소에 대한 폭탄 테러와 함께 유엔의 인도적 활동에까지 파고들었다. 이번 테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평화중재자 세르지오 비에이라 데멜루 유엔 특사 등 수십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망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예상했던 대로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다른 지도자들은 유엔이 기본 사명(使命)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폭탄테러는 여전히 정치적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점령을 강화하기보다는 이라크를 떠나고, 대신 유엔이 그 임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항하는 국민들을 억압하던 제국시대는 20세기 초반에 끝났다. 문자 해독률과 정치참여도가 높아짐에 따라 민족주의와 반(反)식민주의가 살아나면서 제국주의적 지배가 더 이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반식민주의와 이슬람 원리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중동에서 한층 더 뚜렷하다. 따라서 미국이 장기간에 걸친 폭력과 유혈사태 없이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무모한 발상이다.

당초 미국의 지도자들은 미국이 해방자(liberator)로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믿었다. 미국 정부는 지금도 미국이 바그다드에 기본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담 후세인을 사로잡을 경우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아메드 찰라비(Ahmed Chalabi·반정부 지도자)와 같은 펜타곤의 친구를 새 정권의 수반으로 추대하는 것일 것이다. 이 경우 새 정권은 미군의 장기주둔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미국 석유산업에 이권(利權)을 부여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정권은 정통성이 없을 뿐 아니라 암살, 정치적 소요(騷擾)와 테러로 얼룩지게 될 것이다. 용감하면서도 헌신적인 유엔 직원들과 같은 사람들의 희생은 물론 수십억달러를 낭비하게 될 것이다. 놀랍게도 미국은 현재 이라크 주둔을 위해 매월 4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면서도 에이즈(AIDS)·결핵·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한 글로벌에 대한 기부(Global Fund)는 연간 2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의 명예는 물론 미국이 테러리즘에 주눅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이라크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미국인도 미국이 잔인한 차량폭탄 테러에 지레 겁먹거나 침묵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감정적인 반응이 강해질수록 전쟁의 정치적 실수는 더 커질 것이다. 미국은 바그다드를 달래거나 점령군과 함께 일하는 근무자는 물론 인도적 활동을 하는 근무자들을 보호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테러리즘을 단순히 비열한 행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점령이라는 잘못된 정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정치적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수십명 또는 수백명이 전사하더라도 이라크에의 미군 주둔을 통해 1000억배럴 이상의 원유가 처리되는 것을 감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를 견제할 수 있다는 계산에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잘못된 계산이라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미국의 점령이 계속되는 한 이라크의 정치적 불안도 계속될 것이다. 이라크의 정치 지도자들은 미국과 협조할수록 국내 지지기반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21세기를 맞는 지금 전기와 물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이라크 국민들의 찬성과 지지를 얻을 수는 없다. 이라크인들은 이라크인에 의한 이라크 정부의 위엄을 세우고, 그 위엄을 통해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를 굴복시키고자 할 것이다.

미국의 대(對)이라크 공격은 심각한 실수였다. 더 많은 군인을 보내는 것은 실수를 더 키우기만 할 것이다. 현재 필요한 것은 미군의 조속한 철수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유엔이 승인한 다국적군의 임시 대체를 거쳐 이라크인들에게 정권을 돌려주는 것이다./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장·경제학교수)

 

 

입력 : 2003.09.04 17:2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