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문 시론)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유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환부한 `노무현대통령의 측근 최도술 이광재 양길승 관련 권력형 비리사건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약칭 특검법으로 부르겠다.)이 압도적 다수로 재가결되어 법률로서 확정되었다.

 이로서 한달여 동안 논란을 거듭하던 특검법에 관한 어지럼증이 일단락을 지었다 할 것이다.

 이기회에 필자는 이번 사건의 전말에 관하여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 할 책임을 느낀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특검법에 관하여 왈가왈부하면서도 정작 사건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한채 감정적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우리자신의 치부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다 알다시피 `권력형 비리사건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등에 관한 법률`은 세간의 의혹을 풀어야 할 필요에서 제기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야당이 대통령 힘빼기 작전으로서 유효하다는 판단을 했을 듯 하다.

 먼저 이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는 적절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고 넘어가기로 하자.

헌법상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미국 헌법에서 비롯한다.

엄격한 권력분립을 취하고있는 미국헌법에서는 대통령을 입법된 법률의 집행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대통령에게 법률안제출권마저 부여하지 않고 있다.따라서 대통령은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성실하게 집행해야할 뿐이다.그러나 이를 엄격하게 관철하다보면 집행이 불가능한 법률이 입법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따라서 법률안제출권이 없는 대통령에게 집행불가능한 법률안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게 한 것이 거부권의 취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부권의 행사가 의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며,강력한 여론의 지지가 없는한 그 행사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우리헌법은 미국헌법과 다르게 대통령의 내각장악력을 약화시키는 대신에 법률안제출권을 부여하고 있는 일종의 변형된 대통령제를 채택하였으면서도 특이하게 법률안거부권까지 부여하고 있는 것은 제헌이래의 전통이다.

거부권의 유래에서 알수있듯이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어디까지나 입법과정에 원천적으로 참여가 제한되어있는 엄격한 권력분립국가에서 예산상 기타 사유로 집행이 불가능한 법률안의 재의를 요구하는 집행권자의 권한으로 이해되었다.

이번 특검법이 집행불가능한 법률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로서 내세운 `현재진행중인 검찰수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거나, `검찰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등의 사유는 한국적 특색을 드러내 보이는 감이 짙다.검찰의 수사권은 법률사항이며 특별검사의 임명에 관한 법률은 주권자의 결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항임을 모르지않을 정부가 반발하는 것은 어찌보면 과거의 어두운 헌정사가 몸에 밴 탓으로 여겨진다.다만 수사중인 사건에 관하여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특검법을 입법하였다면 당해 입법행위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가 다수결로 가결한 법률안이 원인무효가 될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흠`(수사방해의 목적)을 지녔다고 할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수사중인 사건에 관하여 그 주체를 변경하는 법률의 제정이 가능한가의 문제가 남는다.

 수사권은 준사법기능으로서 공정성과 더불어 신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이것은 사법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그러나 수사의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검사상호간의 수사권 조정 이전조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터에(검찰청법 제7조 제2항 및 제3항 참조),국민의 대의기관이 입법행위로서 별도의 수사주체를 정하는 결정을 하지못할 이유가 없다.더구나 이번 특검법과같이 특정된 사건에 관하여 수사주체를 달리 정하는 입법은 헌법이 예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때 수사권을 침해하는 입법행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가 가능한가 논의 되기도 하였다.

 헌법재판의 대상으로서 권한쟁의심판청구는 심판의 이익이 있을때 가능하다.심판의 이익이라함은 다른 방법으로 그 해결을 구할 수 없는 최후적 구제수단임을 의미한다.그러나 이번 특검법과 같은 입법행위의 당부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헌법자체에 규정함으로써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권한쟁송심판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다만 앞서 말한 바와같이 수사중인 사건에 관하여 부정한 목적(중대하고 명백한 흠=수사방해 등)으로 입법권을 남용했을때는 예외이다.

따라서 헌법은 입법권과 집행권의 갈등을 조정하는 수단으로서는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그러므로 집행권에 속하는 검찰이 국회의 입법권에 관하여 기관쟁송으로 다툰다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라 할 것이며,이번 특검법과 같은 사안에서는 헌법이 예상하는 조절수단을 따르는 것이 헌법정신에 충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아무런 제한없이 자유재량으로 행사될 수 있는가 살펴 보기로 하자.

물론 헌법은 명문으로 이송되어온 법률안을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문리상으로서야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거부권의 유래와 한국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볼때 과연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아무런 제약없이 행사될 수 있는가에 관하여 의문이 남는다.

미국헌법과 다르게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권과 함께 국회출석 발언권(헌법제81조)까지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하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은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의회의 입법과정에서부터 대통령은 일응 공동협력관계에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와 같은 헌법질서하에서 대통령은 이미 입법과정에 충분히 의견개진이 이루어진 사안에 대해 집행불능사유가 아닌 다른 정책적 고려(검찰사기 등)를 빌미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엔 논리적으로도 빈약하다.더구나 이번 사건과 같이 대통령자신의 측근 비리를 문제삼는 부분에 이르면 정치도의상으로 더욱 그러하다.

물론 현재의 검찰이 변하고있으며,따라서 그 수사권의 독립이 존중되어야 할 이유는 충분히 존재한다.그러나 세간의 의혹이 아직은 검찰수사에서 대통령측근 비리에까지 공정하게 다루어질런지에 관하여 조심스럽다는 사실까지 반영한다면 국회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은 국회의 의결을 거쳐 법률로서 확정되었다.야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단식을 하면서까지 대통령에 대한 의심을 풀지않았던 사안이 결과적으로 아무런 공작대상도 아니었음을 입증하였다는데서 노무현 대통령 또한 의혹을 벗었다고 할 것이다.과거의 헌정에서 흔히, 아니 당연한 듯 국회의원을 상대로 치밀한 공작을 자행했던 양태에 비하면 대통령의 정치행태는 많은 진보를 보여준 셈이다.

이번 정치과정을 통해 우리나라는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되어가는 민주화를 보여준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우리는 지나간 프로세스를 검증함으로서 앞으로의 정치과정을 더욱 공고하게 다질 수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특검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정치권의 눈치에 휘말리지 말고 공정한 수사로서 세간의 의혹을 명쾌하게 풀어주기 바란다.진실을 밝힘으로서, 노무현대통령이 무고한 의혹을 받았다면 이에대한 정치적 부담은 당연히 야당에 돌아갈 것이며,만약 주변의 부정의혹이 사실이라면 이기회에 깨끗히 청산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가장 비난받아야 할 것은 위선이다.정치인은 말을 먹고 산다고 하지만 입으로는 정의를 말하면서 뒷거래는 일삼는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일 뿐이다.

특검법이 특별검사에게 부여한 수사대상이외의 사항,즉 여타 정치권과 기업비리에 관하여는 검찰이 계속 수사하여 개혁을 완수하기를 바란다.이제 한국사회는 이번 파동을 계기로 정치수준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어느 누구도 정치를 축재의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남겼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런사안의 최종적인 감시는 변함없이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는 점 다시한번 더 확실하게 해야겠다.

(차회에 `우리헌법은 과연 제왕적 대통령제인가?=우리보다 못한 법제를 가장 민주적 헌정으로 구현하는 영국과 비교하여'를)

 

                     2003.      12.        6.

 

 

                     박       상       문 (sun@law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