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문 시론)

 

 

  동맹 그리고 자주, 그 어두운 그림자

 

처음 외교부 공무원들의 사사로운 잡담이 화제에 오르더니 급기야 장관이 경질되는 코미디 같은 상황으로 반전되었다. 시작에서 결말까지 사건의 진행자체가 시종 우스꽝스런 마당극을 보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1년 사이에 이만큼이나 오만해진 변화를 지켜보아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서글픔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

더불어 이번 외교부 장관 경질을 계기로 우리사회, 그리고 정부의 대미관계에 관하여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는 소리 또한 높다. 그 가운데는 "숭미(崇美)" 또는 "용미(用美)"라는 얼토당토않는 조어까지 난무한다.

무식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몽매함을 광고하는 방법은 역시 말하는 언어선택이 제일이구나 싶어진다.

"심미(審美)" 나 "탐미(耽美)"아닌 숭미와 용미라니 상대방인 미국으로서도 지극히 거슬리는 비외교적 무례의 극치라 할 것이다. 입으로는 글로벌 경제를 말하면서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19세기에서 한치도 못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외교부장관 퇴임사를 빌어 만천하에 광고한 셈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의 국제관계 인식이 겨우 이정도라는데서 필자의 실망은 회복 불가능이다.

 지금 우리가 국제관계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그리고 앞으로의 세계전략에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새로운 시장에서 누구와 동업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이 시기에 미국을 바라보는 눈은 50년전 냉전시대의 군사전략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21세기 글로벌 경제에서의 이해관계로 바뀌어야 하고 이미 그런 필요는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이런 시기에 숭미냐,용미냐,아니 그보다 더한 자주냐, 동맹이냐의 문제로 혼미를 거듭하는 우리의 외교능력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만도 못한 수준임을 한탄할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필자가 주목한 점은 그가 법조인이면서도 예외적으로 훨씬 자유로운 사고의 폭을 지녔다는 점이었다. 그가 자신의 측근을 배려하는 용어로 동업자라는 단어를 구사한 사실조차 필자에게는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동업자(同業者)", 그가 사용한 상황이나 시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용어이었지만 새로운 밀레니엄을 지도하는 국제질서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시의 적절한 말이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성문화된 법조문에만 노예적으로 매달리는 법조인이 아니라는데서 저윽이 안도했다.더불어 한발 나아가 사회현상,국제질서를 꿰뚫어 통찰하고도 남을 용어구사에서 국가경영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예측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지도자의 경영적 사고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정치지도자는 단순히 주어진 성문법에 예속하는 방법이 아니라,국민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창조적"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노무현대통령,그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는 단순개혁이 아닌 "혁명적" 개혁이다.정치인들의 부패, 기업의 부정등 사회부조리에 대한 척결은 그중 지극히 작은 편린에 불과하다.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개혁은 우리의 의식속에 서려있는 패배의식을 걷워내는 개혁이다.그중에 "숭미"도 "용미"도 "자주"도 "동맹"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숭미와 용미는 말할 것도 없이 동맹도 변함없이 의타적 패배의식이며,자주는 그보다 더한 부정적 패배의식일 뿐이다.우리가 성취해야 할 개혁은 결코 패배주의가 아니다.패배주의는 우리가운데서 청산하고 개혁하며 걷어내야할 구시대의 낡은 허위의식이며 자기기만이다!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민족주의 또한 과거의 소극적 방어개념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장질서에서 우리민족의 위대한 자질을 성취하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음을 주목하여야 한다.

흔히들 글로벌 경제를 말하고,아시아 태평양 시대를 입에 올리면서도 정작 그 실체에관해서는 뜬구름 잡기로 정확한 지적을 못하고 얼버무린다.그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은 실체가 없는 안개처럼 느껴지고 더욱 불확실성은 가중되는 것이다.

국민들은 개혁이라고 말할때 단순히 부정부패의 척결이고 인적쇄신이 전부라고 생각한다.그러나 그와같은 개혁이 전부라면 현재의 검찰활동만으로도 능히 달성이 가능하다.그러나 세계 신질서에서 어느자리를 어떤 방법으로 찾아갈 것인가는 오로지 대통령과 국민의 몫이다.아니, 대통령만이 가능한 일이기에 그에게 주문하는 것이다.

더이상 미루고 방황하면 어느새 우리나라는 새로운 세계, 재편되는 시장질서에서 배제되는 아픈 결과를 두고 두고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이 절대절명의 시기에 숭미냐 용미냐 자주냐 동맹이냐로 시간을 낭비하고 혼미를 거듭함은 참으로 안타까운 짓이다.새로운 세계 시장에서 우리는 누구를 동업자로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에 부닥친 것이다.우리가 미국을 바라보는 인식의 각도도 과거 냉전시대의 시각이 아니라 이러한 세계시장에서 경제"동업자"를 물색하는 냉철한 눈이 되어야 한다.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혁명적 개혁의 목표다.모든 국민의 의식속에 철옹성처럼 자리잡은 명분론과 허위의식을 걷어내는, 그리하여 새로운 시장질서,국제관계에 상인적 혜안을 눈뜨게 하는 의식혁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이라크 파병도 설명되어야 한다.미국의 세계전략에 굴욕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우리민족의 위대한 인본주의를 실천하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우리는 입으로 세계화,글로벌 경제를 말하면서 정치수준은 북한의 김정일과 별반 다르지 않는 사고에 여전히 파묻혀 있다.군사무기로서 자국의 안위가 보장된다는 19세기의 자주의식이나,지리적 국토영역이 주권의 보루라고 착각하는 의식이나 50보 100보다.

일본의 수상 고이즈미는 미국의 9.11테러 현장으로 즉각 달려가 이렇게 외쳤다.일본은 미국의 대태러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지원하겠다고.그의 신속한 헌사와 상술은 미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사로 잡았다.미국이 어느덧 일본에 신뢰를 주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태국은 미국의 외면으로 그 위기를 오랫동안 앓아야 했다.조금 후에 불어닥친 우리나라의 금융위기가 국가모라토리엄으로 발전할 위기에 직면하였으나 일본은 냉혹하게 외면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재무장관의 반대를 물리치고 한국지원을 결정하여 IMF구제금융이 이루어졌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혹독한 경제난에 시달리던  태국은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의 대테러전에 적극 가담함으로써 이제는 유럽의 나토에 버금가는 각종정보 공유를 이루어 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과 태국이 미국의 대테러전에 왜 그토록 적극적으로 되었느냐는 점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미국을 위시하여 영국,호주,일본으로 이어지는 해양세력과 중국, 러시아, 중동으로 이어지는 대륙세력간의 치열한 벨트 경제전으로 발전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우리가 어느 세력에 가담하느냐는 자유이며, 미국으로서는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는 정도로 가볍게 지나칠 수 있지만 우리로서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실로 절대 절명의 문제인 셈이다.

미국이 세계질서에서 새로운 위협으로 인식하는 나라는 이제 중국이다.중국을 어떤 방법으로 견제하고 묶어 둘 것인가에 미국의 세계전략은 집중되고 있다.새로운 시장 재편(Reformation)에 미국이 일본을 동반자(동업자)로 신뢰하고 선택하도록 버려둔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적 장래를 어둡게 한다.벌써 우리의 위치는 저만큼 밀려나 있는 느낌이다.일본의 자위대는 이라크를 향해 떠나고 있는데, 우리는 그 후유증으로 외교부장관이 경질되는 진통을 거듭하는 중이다.극명하게 대비되는 상황이다.이를 바라보는 미국민들의 심정이 어떠할가는 불문가지다.국제적으로 신뢰(Trust)를 잃어가는 만큼 국가의 위치도 바뀌어가고 있다.이윤과 안전을 따라가는 자본의 속성으로 볼때 우리의 국익이 어디에 존재하는가는 1997년 말의 상황을 상기하면 충분하다.시장재편의 효과는 앞으로 100년의 세계판도를 지배할 것이다.

미국으로부터의 자주도 좋고 동맹도 좋다. 모두다 우리나라의 장래를 염려하는 사람들의 충심에서 우러나온 고언임을 충분히 이해한다.그러나 그들의 안목에서 현재의 세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장질서에 대한 이해 부족을 발견하게 됨은 너무나 안타깝다. 재편의 효과는 비록 총성없이 진행되나 더욱 치명적이고 가혹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냉전시대의 사고와 전략에 매달려 자주니 동맹을 다투고 노래하는 동안 어느새 세계 신시장질서는 구체적 형태를 드러내며 정돈되어가고 있다.이러한 상황을 모를리 없는 대통령이 자신의 열성적인 지지층 때문에 발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어서 딱하다.

대통령은 지금 당장 내전에서 손을 떼고 세계 신 경제질서에 적극 참여하는 전략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다시는 숭미니,용미 또는 자주니 동맹이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망언이 새어 나오지 않게 하여야 한다.대통령 그자신이 전날 "동업자"를 끌어안던 심정으로 세계시장의 동업자와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점점 국제사회에서 미아로 전락하는 느낌이다.모두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분주하게 이합집산하는 와중에 우리만 초연한듯, 우아하게 쇄국을 고집하는 흥선대원군의 정책을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필자는 결코 우리가 미국의 종속국으로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자주와 독립을 어느 누구보다 절실히 원한다.그러기 때문에 더욱 新시장재편에 무감각한 국가경영이 안타깝게 느껴진다.그렇다고 우리가 중국에 손을 잡을 이유도 이익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나의 답답함은 참을 수가 없다.자주니 동맹이니를 논란하는 동안 국가이익,국가경제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한다.난파하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2004.           1.            16.

 

                              박              상               문

                               (국제미디어통신 경영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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