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문 시론>

   감성시대, 감(感)의 기상도
(사립학교법 파동을 바라 보는 소감)

 얼마전 우리나라 어느 유명정치인이 感의 정치를 말한 적이 있다.

 유례없는 군사깡패들의 철권독재에 모두들 침묵하던 상황에서 장기단식으로 정치적 의사표시를 했던 그의 정치 동물적 감각에 모두들 숨죽여 동조했던 사람들이기에 상당한 타당성을 갖고 있는 말이라 여겼다.

 과학적 검증시스템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 변화무쌍한 정치의 세계다.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선도하는 정치의 역할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지나치게 논리에 집착하는 정치인은 답답하기 조차 하고, 국가와 민족의 비상하는 진운을 맡기에 부족하다. 그러기에 정치인에게 어느 정도 感의 본능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감은 정확한 미래예측으로 부터 비롯되어야지 막연한, 잘못된 예측으로 감을 잡는다면 그야말로 민족 국가를 멸망의 길로 인도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위험 마저 도사리고 있다.

 역사상 잘못된 感으로 국가 민족을 위기에 빠뜨리고, 후세에 크나큰 짐으로 남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더 많은 실정이다.

우리 역사상 잘못된 感으로 인하여 역사의 물꼬를 잘못 잡거나,나라를 쇄락의 길로 인도한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다.이들의 感은 아집으로 통한다.

 우리가 일상 感이라 하는 것을 무슨 주술적 본능정도로 치부한다. 그러나 개인의 생래적 본능에서 우러나는 감성도 중요하지만,정치인의 感이라는 것은 역시 그가 쌓아올린 지식과 신념, 즉 총체적 삶의 소산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요즘들어 필자는 평소의 이런 인식을 더욱 절실하게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혼탁한 정치판을 보면서 2007년 정치기상도를 가늠하기는 어렵지 않기에 말이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의 感 지수(index)를 평가하면서 갖게되는 생각이다.

 정치인은 표심을 읽어야 하는데 그런점에 어두워 아집으로 돌진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자신은 감을 의기양양하게 자랑하던 김영삼대통령을 보면서 후삼국시대의 궁예가 오만으로 "독심술"을 과신하던 모습을 떠올렸다면 나의 노파심이었을까? 그가 민주화투쟁을 거치면서 발휘한 感이 올곧은 정열이었다면, 스스로 감을 자랑하는 시기는 오만으로 멸망을 재촉하는 모습이었다.그래서 더욱 안타까웠다.

정치수요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感이라면 스스로 인정하듯이 오만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요즘 또다시 우리 주변에 잘못짚은 感에 스스로 도취한 무리들을 목도하는 우리의 서글픔.....

정치가 우리를 슬프게 하다 못해 아프게 하는 것은 이제 일상화되어 아무도 놀라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의 感 지수( index)를 평가하는데 적절한 지표를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 그 이상 고마울데가 없는 일이다.

우선 한창 논의가 분분한 사립학교법에 대응하는 정치병자들의 다양한 모습들, 그중에서도 여인네의 눈물로 아집을 고수하는 박근혜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심금을 울린다! 진정! 누가 감히 독재자의 딸을 울리는가?

 여당이 야당불참의 단독국회에서 통과시킨 사립학교법이 과연 헌법위반인지, 국가정체성 파괴인지 법률가들이 진단해봐야 겠지만, 우선 이문제로 야당이 장외투쟁을 하고 나선 현재의 기상도가 앞으로 전개될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박정희의 후광을 등에 업고 수구보수층에 기대어 등장한 박근혜라는 독신녀는 상당기간 자신의 아버지를 분칠함으로서 기대를 모았다. 드디어 반동의 역풍을 기대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연유에서인지,아마도 여론조사라는 마술에 걸려든 가련한 날파리가 마지막 몸부림을 사생결단으로 하는 모습이랄가, 이번 사학법투쟁에서 국가정체성의 문제로 끌고가는 그의 지도력은 또 한편의 그릇된 정치가의 감(感)을 현장감 있게 시현해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자살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구나 하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은 덜 떨어진 사내인 듯 하면서도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가장 중요한 시기마다 상대방의 실수로 인하여 반사이득을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 지난해의 대통령 탄핵소추파문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사학법 파동이 주는 교훈은 참으로 중요하다.이제 모든 국민은 무엇이, 왜, 개혁되어야 하며, 누가 이를 가로막는지 분명하게 보고 알 게 되었다. 그럴 듯한 포장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던 불량식품(정치배)를 골라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를 공급받은 것이다.이제까지 학교는 교사들의 잔치이고,문제점은 언제나 교사들에게서 오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제 알고보니 교사들 역시 학원모리배의 희생물에 지나지 않는 것을! 만연하는 악취의 근원은 다른데 있는 것을!

더구나 그처럼 만사를 제쳐두고 장외투쟁을 벌여야 하는 독신 야당대표의 눈물겨운 모습을 바라보며 이것이야말로 이제는 청산해야 할 마지막 잔영이구나 확신하게 된다.지금 이시대의 교육현장에 사유재산권 운운하며 국가정체성을 논하다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부끄럽고 헌법이 창피하다. 도대체 어떤 얼간이 법률가가 그런 시대착오적인 조언으로 그녀를 몰락하게 만드나? 실력이 모자라고 소신이 없는 지도자는 언제든지 주변의 그릇된 정보에 현혹되기 쉽고, 그로인한 오판이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현행법에 의하더라도,재단법인은 공익법인임이 틀림없고,그중에서도 학교법인은 별도의 사립학교법으로 독립하여 규정할 만큼이나 사회적 공공성이 큰 존재다. 재산을 출연한 개인과 독립하여 설립된 재단,더구나 학교법인을 아직도 설립자의 재산권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무지의 광고일 뿐이다.만약 박근혜양이 시중잡배 새대가리라면 그녀의 무식을 해프닝으로 웃고 넘길 일이다만, 명색이 제일야당의 대표로서, 그야말로 국가정체성의 일각을 책임지고 있는 위치에서 그처럼 무책임한 아집을 계속하는 것은 그 피해가 전국민적이며, 더 나아가 환각한 무리들의 추종소동으로 인해 지리한 소모전이 이어지는 만큼, 그녀야말로 의회정부를 야반에 무너뜨리고 주권을 도둑질해 국가정체성을 왜곡 파멸시켰던 아버지의 죄업을 또다시 상속해서 집행하는 꼴이 아닌가!  야당 대표의 위치에서 본색이 드러났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동안에 우리 사회의 가장 후진된, 그리하여 진정 청산하고 개혁해야 할 분야로서 금융계와 법조계, 그리고 교육계를 지목해 왔으나,금융계가 IMF를 거치면서 외풍을 맞아 어느정도 개혁되었고, 이제 법조계가 거센 몸살을 치르면서 진통하고 있는 중이다.그러나 교육계는 일제시대의 망국적 부패시스템을 고집하며 19세기식 자유자본주의를 구가하는 마지막 악취생산처다.학원모리배들의 구태는 금융계나 법조계와 달리 국가 민족의 장래를 좀먹는다는데서 한층 더 심각하다.

이제까지는 모든 정치꾼들이 너도 나도 다투어 중도 보수를 자처하거나,개혁세력임을 내세우기 일쑤였고, 더 나아가 통일추진 세력이라거나 민생경제전념파라는 점을 과시해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그만큼 정치소비자들 역시 현란스러워 선택이 쉽지 않았던 점 불행이라면 불행이었다.그러나 이번 파동을 통해 어느정도 정치상품들의 성분분석이 가능하게 되었고,더이상 겉포장만으로 소비자를 속이기는 어렵게 되었다.참으로 다행이랄 수 밖에.....

잘못된 감으로 인하여 전체 국민, 그리고 역사의 물꼬를 잘못 잡는 일은 이제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인터넷의 실시간 정보공유는 전국민적 감시기능을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공주님께서는 울며 앙탈부리지 말고 꿈에서 깨어나시기를 진심으로 권고한다.

 이번 파동으로 인하여 박근혜양은 확실한 자살골을 넣은 셈이다.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성(앎)과 감성(삶)을 함께 갖추지 못하면 지도자로 나서지 않는게 본인이나 주변을 편안하게 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안타까운 일이면서도 국가 민족을 위해 경하해 마지않을 일이다. 현재의 오판과 아집을 좀더 오래 끌어 국민들에게 자신의 실체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은 그녀가 택할 수 있는 최후의 애국이다.

                          2006.        1.        7.

                         박          상        문 (sun@lawsun.com)

                                                     ( IMTU 경제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