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통령 선거와
      탈박비노(脫朴非盧)의 향방

이제 한국의 대권향방을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노무현을 극복해야 한다는 국민대다수의 심정이다. 노무현식 실패는 2002년 한번으로도 신물이 날 정도로 지긋 지긋했다. 이제 두번다시 그때와 같은 실수를 저질르지 않겠다는 주권자의 결심은 확고하다.

대통령제하에서의 대통령이라는 권력은 내각책임제와 다르게 권력의 인격화를 동반한다.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일국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여기서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출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정당이나 정책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과도 일맥 상통한다.우리는 이문제에 관하여 지난 5년간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실체험을 뼈저리게 치루었다.

아마츄어 대통령, 말 함부로 내뱉는 몰염치, 패거리 챙기기에 더 급한 보스, 서민들의 아픔을 돌아볼 줄 모르는 철면피함, 가계를 지키지 못할 만큼 실물경제에 어두운 안목, 자신의 그릇된 시각을 신념으로 착각하는 오만함 등등으로 뿌리까지 절어있는 인격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회한이 결국은 당적이나 구호가 아닌 후보개인의 벌거벗은 인격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 것은 크나큰 소득이다. 더불어 지난 10년간에 이루어진 일방적 퍼주기식의 대북정책에 관한 반성이 정의의 실종으로,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은 둘째치고 김일성 김정일식의 떼쓰기가 통하는 사회풍조로 굳어져감을 통탄하는 신보수주의 세력의 결집을 가능하게 하였다.

통일에 관한 무조건적인 환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동안 잘못 딛었던 노선수정을 통하여 현실경제를 구하고 우리들의 후세를 제대로된 나라에서 살아가도록 해야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절실히 필요해졌다.

이 와중에 이회창씨가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결심을 밝힘으로써 얼마 남지않은 2007년 대통령선거는 한층 흥미진진한 요소를 가미하였다.

그의 출마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몰려가 불출마를 요구하는 시위는 말할 것도 없고, 한때 이회창의 비서실장을 했다는 사람은 단식농성까지 하는 판이다.이처럼 이씨의 출마가 국민적 관심권에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출마는 대선에서 다른 후보들의 평가기준에 관하여 심각한 재설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동안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를 번갈아 시행하면서 수박 겉 핥기로 서구식 민주정치를 체험했으나 진정 우리사회에 정착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어려움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아직도 지도자를 선택하는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우리 스스로가 지도자를 선택하는데 관하여 무관심한채 흥미본위로 선거판을 꾸려나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그 전형적인 실수가 바로 2002년 선거였다. 대통령제에서 정당의 역할은 지극히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우리의 가까운 헌정사를 보더라도 대통령이 선출될때마다 기왕의 정당을 무시하고 대통령 자신의 사당(私黨)을 창설하는 사례를 봐 왔기 때문에 굳이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인격화'가 말하여 주듯이 후보자 개인의 인격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실수하지 않는 방법이다.정당이나 정책 따위는 오히려 후보의 정확한 선택을 어렵게하는 요소일뿐 그닥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릇된 정치실험과 어용학자들의 궤변에 속아 넘어간 나머지 정당이나 정책에 현혹하여 더 큰 실망을 맛봐야 하는 실수를 반복하였다.더이상 화려한 구호나 정당이라는 포장지에 속아넘어가지 말고 후보자 개인의 벌거벗은 인격을 바로 보라고 주문 하고 싶다.

지난날의 과오로 인하여 무너진 국가기강을 바로잡고 흐트러진 사회질서와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이번 선거의 중요성은 얼마든지 강조해도 부족하다.

이번 선거를 예측하는 방법은 이제 간단하다.역사의 순환을 인정한다면 10년의 실험을 거쳐 보수로 회귀하는 현금의 민심동향을 정확하게 읽는다면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인가는 너무나 명확하다.제1의 명제는 '반노''극노' 라 할 것이다.노무현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이시대 최대의 화두가 될 법 하다.

이제까지 이명박의 지지층을 분석하자면 그의 우월함에서라기보다 반노무현정서에 힘입은바가 더 크고 많았다.부족하지만 노무현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명박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그러한 눈으로서 한나라당의 경선을 통해 박근혜를 한층 돋보이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보수층의 절망적 선택이었던 상황이 이제 비로소 후보자의 인격을 냉철한 눈으로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한국 정치의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기약한다고 말해도 과히 틀리지 않다.

그에 더하여 국민들은 지난 2002년 '병풍'이라는 거짓바람에 속아 후보자를 잘못 선택한 사실과 그 후보자 개인의 가족사까지 들먹여가며 욕을 뵌 처참한 채무의식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정치적 마타도어를 용납했던 회한과 채무의식이 실용적 보수주의의 기치아래 반노무현 정서로 결집한 현실은 참으로 의미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회창의 출마선언을 지켜보면서 한국정치에서 대통령제를 성공할려면 우리들 자신이 먼저 후보자 개인의 인격적 심사에 철저해야 한다는 각성이 더욱 절실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후보를 보는 눈이 좀더 객관적이고 예리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구호나 포장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그와같은 각성을 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지나간 5년처럼 막나가는 인격을 접하며 회한을 되씹어야 할지 모른다.

                     2007.         11.          10.

                     박           상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