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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기원 (1)자생설 ]한반도·만주에서 몽골 등지로 이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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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동아시아족들, 부여족 후손 가능성 높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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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내현 단국대 대학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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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기원지를 파미르 고원이나 바이칼 호 지역으로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남방 기원을 추가한 학자도 나왔다. 결국 우리 민족과 문화는 이 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학계의 상황은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인류학과 고고학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고 많은 유적도 발굴되었다. 그 결과 한반도에서는 충북 단양의 금굴과 평양시 상원의 검은모루동굴 등에서 70만년 전(100만년 전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의 구석기시대 유적이 발굴되었고 이를 계승한 신석기시대 및 청동기시대 유적이 한반도와 만주 곳곳에서 출토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한반도와 만주의 각지에는 70만년 전 이전부터 계속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5만년 전까지의 사람들은 현대인보다 덜 진화한, 원숭이와 사람의 중간쯤이었다. 그리고 1만년 전까지의 구석기시대에는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했으며 신석기시대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정착생활을 시작한다.
정착생활에 들어간 이 사람들이 바로 우리 민족의 조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신석기시대 주민은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후손이기 때문에 한반도와 만주에 거주했던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우리의 조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후손이 고조선의 건국과 더불어 민족을 형성하면서 문화의 뿌리를 내렸던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북방이나 남방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한반도와 만주로 이주한 사람이나 전파된 문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민족과 문화의 주류를 이룰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상고시대의 두개골에 대한 근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것과 주변 것의 평균관계편차는 중국 황하 유역 사람은 0.81, 일본 쯔구모 사람은 2.51, 연바이칼 사람은 1.65, 자바이칼 사람은 0.79로 나타났다. 평균관계편차가 0.4보다 클 때는 통계학적으로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위의 수치는 우리 민족이 처음부터 한반도와 만주에서 독자적 특성을 지니고 형성된 민족임을 알게 해준다. 우리 문화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같이 과학적 연구에 의해 새로운 근거들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 우리 민족과 문화의 기원을 우리가 살지 않는 다른 곳에서 찾고 있는가. 이제 우리 민족과 문화의 기원을 찾는 데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칭기즈칸의 선조, 한민족의 한 갈래
우리 민족과 문화가 외부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한다. 그 지역에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문화와 같거나 비슷한 문화 요소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우리 민족이 그곳에서 기원했고, 우리 문화가 그곳에서 왔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거꾸로 우리 문화와 같거나 비슷한 다른 곳이 있다면, 우리나라로부터 그곳으로 전파되어 갔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한 점에 대한 충분한 연구 없이 우리 것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문화가 다른 나라 또는 다른 지역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그곳이 우리 민족과 문화의 기원지가 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우선 몽골과 시베리아 지역을 예로 들어 보자. 외국에서 만나면 서로 자기 나라 사람으로 혼동할 정도로 몽골 사람은 우리와 많이 닮았다. 이를 두고 우리 조상들이 몽골 지역에서 이주해 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서양 사람들도 우리를 ‘몽골리안’(mongolian)에 포함시킨다.
또 몽골 문화 가운데 우리 것과 유사한 것이 있으면 몽골의 침략을 받았던 고려시대에 몽골로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되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한 면이 전혀 없지 않겠지만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몽골 사람들이 우리와 닮은 것은 오히려 그들이 우리 지역에서 이주해 갔기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몽골 지역의 주민은 여러 번 바뀌었다. 고대에 그 지역 주민은 흉노(匈奴)였다. 그러나 한(漢)나라의 대규모 흉노 정벌에 의해 그들은 몽골 지역을 버리고 서쪽으로 이주해 갔다. 그후 몽골 지역에는 주변에 거주하던 여러 종족들이 이주했는데 중심부에서 세력을 떨친 종족은 보르치긴족이었다.
칭기즈칸을 배출한 종족인 것이다. 지금 몽골에는 여러 종족이 섞여 사는데 보르치긴족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보르치긴족은 몽골로 이주해 가기 전 북만주 어르구나하(額爾古納河) 유역에 거주했던 종족이다. 고대 북만주 지역은 고조선의 영토였으며, 고조선이 붕괴된 후에는 동부여 영토가 됐다.
그들이 거주했던 지역은 동부여 영역이었거나 동부여와 접경한 곳이었다. 따라서 지금 몽골에 거주하는 주류 종족인 보르치긴족은 우리 민족의 한 갈래이거나 우리 조상들과 아주 가까운 지역에 거주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와 닮았고 우리와 같은 문화를 많이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석기시대 자연볍씨 출토
시베리아 지역에는 동아시아 계통의 인종에 속하는 종족들이 살고 있다. 이들의 풍속에는 우리와 유사한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곰이나 새를 숭배하는 것이 그것이다. 단군신화에는 곰이 우리의 건국 시조인 단군 왕검의 어머니로 등장하며, 기록에 의하면 우리 조상들은 새를 사람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해 가는 신의 사자라고 믿었다. 종교의 성지인 소도(蘇塗)에는 새가 앉아 있는 솟대가 서 있었다.
그런데 두 지역에 닮은 문화가 있다고 해서 우리 문화가 시베리아에서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한 문화가 우리 지역으로부터 그곳으로 전달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위서’(魏書)와 ‘신당서’(新唐書) 기록을 보면 우리의 조상인 부여족 일부는 연해주 북쪽으로 이동하여 두막루(豆莫婁)라는 나라를 세웠다.
지금으로서는 그 위치를 정확하게 고증할 수 없지만 연해주 북쪽이라면 시베리아 지역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시베리아 지역에 거주하는 동아시아 계통 인종에 속하는 종족은 부여족의 후손일 가능성이 있고, 그들의 문화는 고대 우리 민족으로부터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남방 문화와의 관계도 그렇다. 흔히 우리나라에 있는 고인돌이나 벼농사 등은 남방에서 들어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인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문제는 우리 학계에서는 우리의 고인돌 연대를 너무 낮게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고인돌이 다른 나라의 고인돌보다 늦게 만들어진 것으로 잘못 생각되는 것이다.
벼농사도 그렇다. 종래에는 우리나라에서의 벼농사가 매우 늦게 시작된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요즈음 구석기시대의 자연볍씨와 신석기시대의 재배볍씨가 출토되었고 고조선시대에는 이미 벼농사가 널리 행해졌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설사 고인돌과 벼농사가 남방에서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그것만으로 우리 민족이나 문화의 주류가 남방에서 왔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문화 가운데 지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 민족과 문화의 기원 문제를 푸는 데 억지로 그럴싸한 논리를 개발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자료와 상식에 기초하여 포괄적이고 거시적으로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중국도 疑古학파, 信古학파 논쟁 겪어
중국에서도 고고학이 도입된 1920년대에는 중국의 선사문화가 외부에서 전래된 것으로 인식했으나 그후 연구가 계속되면서 그러한 인식이 잘못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이른바 의고(疑古)학파와 신고(信古)학파 사이의 논쟁이다.
결국 신고학파가 승리했다. 중국의 선사문화는 중국 내에서 기원하였으며 그것이 고대문화의 기초가 되었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각 선사문화는 종래에 인식됐던 것보다 훨씬 오래 되었음도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론을 얻기까지는 의식 있는 학자들의 끈기 있는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윤내현 단국대 대학원장
1939년 전남 해남 출생. 단국대 사학과 졸업. 同대학원 동양사 박사. 美퍼시픽웨스턴대 대학원 교육학 박사. 단국대 서울캠퍼스 부총장. 저서 ‘고조선 연구’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