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학살은 처음이다” 베들레헴의 ‘잔인한 4월’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군 무차별 공격으로 양민 사상 잇따라


베들레헴에서, 라말라에서, 나블루스와 툴카름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학살극이 자행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자치 도시들은 생지옥으로 변했다. 무고한 팔레스타인 양민은 이스라엘군이 난사한 총알과 포탄에 맞아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으며, 폭격 맞은 도시들은 잿더미로 변하고 있다.

ⓒ AP연합
이스라엘은 ‘반테러 전쟁’을 선언한 지 일주일이 채 안되어 팔레스타인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다.

‘샤론의 전쟁’은 이른바 ‘테러 근절’이라는 미명 아래 지난 3월29일부터 시작되었다. 바로 이틀 전, 이스라엘 해안 도시 네타니아에서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 하마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모두 21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는 침략을 위한 좋은 구실이 되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각료 회의를 소집해 즉각 공격 명령을 내렸다.

공격의 제1 목표물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가 있는 ‘서안 지구’ 내 라말라 시(지도 참조)였다. 이스라엘군은 3월29일 오전 6시를 기해 탱크 60대와 장갑차 100여 대를 앞세워 라말라 시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를 기습 공격해 점령했다. 청사 한 구석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의 집무실이 있다. 이스라엘군에 포위된 채 이미 4개월째 불법적인 감금 상태에 놓여 있던 아라파트 의장은 그 날 자신의 생명까지 사실상 적의 수중에 완전히 넘길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3월31일, 샤론 총리는 팔레스타인에 정식 선전 포고를 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 항구 도시 하이파에서 또 한번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나 15명이 죽고, 100여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자살 테러범들을 색출하고 테러의 온상을 청소한다’는 구실로, 나블루스·툴카름·베들레헴 등 서안 지역의 주요 도시로 일제히 진격했다. 그리고 공격 개시 1주일 만에 가자 지구를 제외한 팔레스타인 지역 대부분을 수중에 넣은 것이다.

탱크와 장갑차는 물론 아파치 헬기, F16기까지 동원한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지역 점령은 잔인하고 무자비했으며, 군인과 양민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이고 야만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최초의 본격적인 군사 행동이 이루어진 라말라의 최근 상황은 아비규환 그 자체이다.

현지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도시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봉쇄된 것은 지난 3월29일 오후였다(이미 이 시각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뒤이다). 주민은 이스라엘군이 곧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소문을 듣고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외부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한 이스라엘군이 탈출을 시도하는 팔레스타인인에게 총탄 세례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 공격이 개시된 이래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팔레스타인측 실종자 수는 지난 4월2일 현재 7백~8백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스라엘군에 체포되어 행방 불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무차별 사격이나 의도적인 조준 사격에 희생된 사람도 적지 않다. 일렬로 무릎을 꿇은 채 집단으로 사살된 팔레스타인인의 시체나, 식량을 구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섰던 팔레스타인인이 불의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포위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정착민들로 구성된 무장 민병대에게 학살되고 있다. 그들은 무엇이든 옥외에서 움직이기만 하면 쏜다.” 라말라에서 며칠 동안 공포의 밤을 지새웠던 한 외국인 목격자의 증언이다.

움직이면 무조건 발사…교회에도 총알 세례

자포라 라이터라는 이름의 이 미국인 대학생은 5일 이상 라말라 시내 한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 갇혀 있는 동안 소름끼치는 학살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4월2일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이스라엘 암살단은 사람들을 거리로 잡아 끌고 나왔다. 나는 쏘고 또 쏘는 소리만 들었다. 응사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이것은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들이 도처에서 무자비하게 살해된다는 것을 뜻한다. 나 역시 혼자 남겨진다면 살아서는 다시 사람들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느꼈다… 이것은 학살이다”라고 증언했다.

예수 탄생지로 잘 알려진 베들레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난민과 평화운동가들, 즉 비무장 민간인들이 집단 피신해 있는 교회까지 공격했다.

‘베들레헴, 2002년 4월 밤 12시15분. 이스라엘군이 베들레헴의 나티비티 교회를 향해 공격을 계속했다. 지금 이 순간 교회 안에는 1백50명이 넘는 사람이 피신해 있다. 그 사람들은 교회에서 마땅히 피신처를 구할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한 평화운동가가 진보적인 인터넷 매체 〈젯매거진〉에 올린 4월2일 상황이다. 베들레헴은 이스라엘군이 이 도시에 전면 공격을 하기 전부터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3월30일 베들레헴을 포위하는 데 교두보가 되는 베이트 잘라 읍을 점령해 베들레헴으로 들어가는 전력을 차단했으며, 이튿날 새벽부터 베들레헴에 침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월2일 본격 점령을 시작하면서 라말라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던 것이다.

‘작전 완료’ 이후 이스라엘군이 점령지에서 보이고 있는 모습 또한 인도주의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라말라·툴카름·베들레헴 등 주요 점령 지역은, 극도의 전력난·식수난·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부상자들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거나, 의약품을 구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 게다가 곳곳에 이스라엘군의 총탄에 쓰러진 팔레스타인인 시체가 버려진 채 썩어가고 있어 전염병이 창궐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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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학살이 곳곳에서 자행되었지만, 그 진상은 주류 언론에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구급차 파괴하고 구호 물자 반입도 금지

그런데도 이스라엘군은 손 하나 까딱 하지 않은 채 오히려 긴급 구호 활동을 방해하는 실정이다. 4월3일 베들레헴에서는 이스라엘군 탱크가 구급차 한 대를 완전히 파괴하는 일을 저질렀다. 역시 같은 날, 아나브타 지역에서는 인도적인 난민 구호 단체 가운데 하나인 ‘붉은 초승달’ 지부가 이스라엘군 탱크에게 공격을 받고, 요원들이 군 기지에 끌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연대 운동가들은 식량·식수·의약품 등 긴급 구호 물자를 해당 지역에 보내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작전 지역’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군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이스라엘군의 비인도적이며 잔학한 행위는 국제 사회는 물론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 반체제 인사인 벤구리온 대학 레브 그린버그 교수는 미국에 의해 ‘정당한 자기 방어’로 규정된 이스라엘의 최근 무력 행사를 ‘국가 테러리즘에 의한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과거 수십년간 이스라엘이 저지른 온갖 폭력과 전쟁 범죄 행위가 ‘정당 방위’라는 미명으로 합법화했으며, 최근의 팔레스타인 침공도 이같은 ‘관례’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최근 이스라엘과 아리엘 샤론 총리에 대해 ‘점령 지역 철수’를 정식으로 요구하며 개입함에 따라, 팔레스타인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논의에서는 중요한 점이 누락되어 있다. 하나는 이스라엘군이 저지른 학살의 진상이 국제 사회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채 국면 전환을 위해 묻혀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사태 처리 방식은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이 팔레스타인 사태에 개입하면서 적용해온 고전적인 수법이기도 하다.

박성준   snype00@sis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