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미디어시대 열렸다]

DMB 과연 '꿈의 미디어' 인가

 

콘텐츠 뒷받침 안되면 '속 빈 방송'
지상파 DMB 출범하면 채널 수 70여개로 늘어나
프로그램 공급업체 부족… "성인방송類 판칠수도"
지상파 독점하던 방송시장은 이젠 옛날 얘기

신동흔기자 dhshin@chosun.com
백강녕기자 young100@chosun.com

입력 : 2005.01.11 18:3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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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DMB 시대 열렸다

TV가 집 밖으로 탈출했다. 70년대 라디오, 80년대 컬러 텔레비전, 90년대 인터넷과 휴대폰이 불러온 미디어 혁명은 10일 시험 방송을 시작한 위성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 PC로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벌써 시작됐고, DMB의 출현은 방송과 통신의 대융합을 보여주는 첫걸음이다. ‘내 손 안의 TV’ 시대가 성큼 일상으로 들어왔다. 미디어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케이블TV, 위성 방송이 도입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과제는 역시 ‘무엇을 보여주느냐’, 즉 콘텐츠의 문제가 남아있다.


▲ 11일 오후 서울 성수동 위성DMB전송센터에서 TU미디어 직원들이 위성DMB 방송의 수신 상태를 점검하고있다. 김창종기자 (블로그)cjkim.chosun.com

◆ 방송 광고 시장에 대 혈투 예고

올 상반기 중 기존 지상파 방송사가 중심이 된 6개의 지상파DMB 방송이 출범하면 ‘들고 다니며’ 이동 수신이 가능한 비디오 채널의 숫자만 20개를 넘어서게 된다.

통신기술의 접목으로 인해 방송 ‘공영성’의 근거인 전파의 공공재적 성격은 희박해졌다. 사업자들이 돈을 들여 망을 깔고, 위성을 쏘아올린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 무조건 공영성을 요구하기는 힘들어졌다.

지상파가 독점한 방송광고 시장은 파이가 더 커지지 않는 한 ‘나눠먹기’가 불가피해졌다. 초창기 5%도 되지 않던 케이블TV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몇 년 사이 전체 3조2000억원대인 방송광고 시장의 18%(2003년)대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한 사례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위성DMB와 지상파DMB까지 가세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국 등에서처럼 지상파 방송의 시장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 비디오채널 20개, 과연 꿈의 채널인가

위성DMB와 올 상반기 사업을 개시할 지상파 DMB는 정말 장밋빛 꿈의 채널일까. 전문가들은 20개나 되는 비디오 채널을 무엇으로 채울지 우려하고 있다.

현재 DMB 서비스의 사업 시작 5년 후 가입자 숫자는 800만명 선으로 예측되고 있다. 예상 가입자 규모로 봐도 통신업체들 입장에서는 CDMA를 개발할 때처럼 대규모 투자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최근에는 중복투자의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똑같은 내용의 서비스에 대규모 자본이 중복 투자될 경우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위험도 크다. 이들 개인 미디어가 서로 대체관계에 있기 때문에, 위성DMB나 지상파DMB 가입자 숫자가 이동통신서비스(CDMA) 수준인 3600만명까지 도달할지도 의문이다.

위성DMB, 지상파DMB(5월), 휴대인터넷(연내)으로 ‘개인 미디어’ 기기는 봇물처럼 쏟아지지만 움직이면서 본다는 것만 차이가 있을 뿐, 내용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는 방송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국내 업체들의 방송프로그램 생산 능력도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국내에 등록된 프로그램공급자(PP)의 숫자는 200여개지만, 이 중 제대로 된 콘텐츠 생산 능력을 갖춘 곳은 40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미디어’라는 특성상 수익 확보를 위해 성인방송류의 ‘쓰레기 콘텐츠’를 양산할 우려도 있다. 현재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는 콘텐츠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지상파 프로그램 재송신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지만, 경쟁자인 지상파 DMB 진영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김광재 디지털미디어 리서치 수석연구원은 “매체 성향에 맞는 독자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할 경우, 최근 가입자 숫자가 급감하고 있는 ‘준’이나 ‘핌’ 같은 이동통신방송서비스의 전철을 되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들은 “만성적 콘텐츠 부족 현상에 직면할 경우 사업자들이 지상파 재송신에만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며 “개인 미디어 전용의 방송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하면, 결국 껍데기만 다채널인 개인 미디어 시대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미디어시대 열렸다] 전문가 좌담

"새로운 서비스, 시청자 선택권 넓혀줘야"
"방송·통신 구별 무의미… 관련法制도 알맞게
DMB 성패여부는 좋은 콘텐츠 개발에 달려"

정리=신동흔기자 dhshin@chosun.com

입력 : 2005.01.12 18:1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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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DMB 시대 열렸다

‘손 안의 TV’로 불리는 DMB (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는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미래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통신 사업자가 주도하는 위성DMB와 기존 방송 사업자들이 주축이 된 지상파DMB가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장에 진출하면서, 공정경쟁을 위한 시장환경 조성, 방·통 융합시대에 적합한 규제기구의 설립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오광혁 방송위원회 매체정책국 위성방송부장의 이야기를 듣는다.


▲ 오광혁 방송위원회 위성방송부장(왼쪽)과 황근 선문대 신방과 교수가 12일 오전 본사 편집국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덕훈기자 (블로그)dhlee.chosun.com

◆방·통 융합의 시대, 패러다임의 변화

▲황근=80년대 후반 뉴미디어 논의가 나왔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TV는 여전히 고정형에 여럿이 함께 보는 미디어였다. DMB를 포함해 앞으로 나올 신규 미디어들은 철저하게 개인화되고 이동 가능한 매체다. 80년대 컬러TV 도입보다 훨씬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올 것이다.

▲오광혁=위성DMB는 방송서비스가 진화된 부분이다. 기술은 통신이어도 서비스 내용은 방송이다. 방송 영역이 확대되면서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도 커지게 됐다.

▲황=방송과 통신을 어떤 네트워크냐로 구분하는 것은 낡은 패러다임이다. 나눠 갖다 보니 서로 상대 영역에 대한 침입이라고 생각한다. 3개나 되는 부처가 관련된 규제 법률은 문제가 있다. 방송위원회와 해당 부처, 사업자가 방·통 융합시대의 가장 기본적인 밑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어떤 콘텐츠를 채울 것인가

▲황=그동안 누가 사업을 ‘따느냐’만 중요했지 어떻게 시청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하지 못했다. 성패 여부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 콘텐츠가 없으면 상품판매 채널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오=DMB시장 자체를 좀 키워야 한다. 어느 사업자가 나만 살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DMB시장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새로운 이동형 미디어의 시장 파이 자체를 키우려면 프로그램 전문성과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황=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콘텐츠 산업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걸고 있지만, 지금대로 가서는 못 살아난다. 가입자 확대에만 목을 매달면 콘텐츠 업자들은 죽어나가야 된다. 당장 방송위가 정한 유·무료 정책은 계속 가져가야 한다. 벌써부터 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

▲오=이동형 방송 프로그램의 강점을 살리려면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포맷과 아이디어도 강화하고, 새롭게 제작하려는 사람들이 모이고 창의성이 발휘되면 지상파 콘텐츠의 재가공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 프로그램 제작 시장이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황=DMB는 처음엔 지상파 방송 콘텐츠에 의존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독자 콘텐츠로 갈 것이다. 지난 10년 걸려서 케이블TV가 가입자 수가 엄청나게 늘었는데, 시장이 커지지 않은 것은 파이 자체를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뿌리를 내리는 데 급급하다 보니 시장확대나 신규시장 창출 개념이 없었다. 재송신도 재송신이지만, 점차 새로운 콘텐츠로 확장해 가야 한다. 지금부터 단계별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오=지상파 방송사는 DMB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고 있다. 신규 사업자들은 초기에 새로운 프로그램에 투자를 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의 지위나 제작 능력을 고려해서 지상파 방송사가 콘텐츠 제작과 투자도 해서 산업적인 측면을 이끌어야 한다.

▲황=TU미디어도 사업계획서 상에서 약속했던 콘텐츠 산업 육성 지원 사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DMB라는 고속도로를 깔아 놓고 거기에서 리어카만 다니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지상파 프로그램 재송신은 가능한가

▲오=지상파의 독과점 폐해도 있고, 신규 진입자들에게 지상파 프로그램을 배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지상파의 장점은 살릴 것은 살리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이동형과 융합형의 새로운 매체니까 새로운 매체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공급하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지상파DMB 허가 추천을 할 때 지상파 프로그램의 효율적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검토할 계획이다.

▲황=탄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상파DMB가 지상파 재송신을 주요 콘텐츠로 하는데, 한쪽을 막아 놓는 것은 공정경쟁이 아니다. 사실상 동일한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재송신을 배타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KBS 1TV 같은 것은 다 봐야 한다. 하지만 다른 채널은 사업 당사자 간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로서도 새로운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위성DMB뿐만 아니라 IP-TV에도 관련된 문제다.

▲오=이동형 방송은 아직 미개척 시장이다. 큰 시장 창출을 위해서 윈윈할 수 있는 협력이 있어야 한다. 지상파DMB 이용자는 무료로 그것에 맞는 서비스를 활용하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런 목적하에서 유료의 위성DMB를 선택할 수 있게 두는 것이 낫다. 어떤 시장은 뭐만 하고 어떤 시장은 뭐만 하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조건만 마련하면 된다.

◆공정경쟁 구도 마련해야

▲오=올해가 방송통신융합기관이 만들어지는 원년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융합서비스가 나오는 마당에 규제의 효율성은 어떻게 가져갈 것이며 신규 서비스 활성화나 공적 섹터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보호할지 올해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

▲황=법 제도적인 필요성은 모두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의구심이 많아서 지연된 측면이 많았다. 위성DMB 하나만 갖고도 이렇게 갈등을 겪고 있는데, 각자 서로의 이익만 논의해서는 승산이 없다. 이제는 합의를 모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오=원칙은 새로운 융합서비스로 인해서 시청자 선택권 확대와 ‘시청 복지’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다. 유해한 콘텐츠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산업적 부분만 강조하다 보면 유해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시청자의 변화된 시대에 적합한 선택권 확대를 통한 시청 복지로 이어져야 한다. 방송위는 공정경쟁 질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