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TV '도올의 논어이야기' 출연 김수환 추기경

      "하느님과 공자의 天은 일맥상통해요"

  천주교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24일 KBS 1TV '도올의 논어이야기'에 출연, 공자와 천주교를 주제로 강의했다.  이 날 녹화된 내용은 27일 밤 10시에 방영된다.

 김 추기경은 이 날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도올의 논어이야기' 녹화에서 철학자 김용옥(金容沃)씨와 유교와 천주교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추기경은 이 날 "동양철학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도올 선생이 옆에 앉아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등 시종 유머 넘친 말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김 추기경은 공자가 말한 천(天)사상과 천주교의 하느님 신앙 사이의 비슷한 점을 설명하면서 "공자는 제자 안연(顔淵)이 죽었을 때 '천(天)이 나를 버리셨구나(天喪子)'라고 통곡하는 등 천을 '푸른 하늘'이 아니라 '의지를 가진 인격적인 절대자'로 인식했다"

 김 추기경은 이어 "인간의 존엄성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이어서 하느님이 인간을 만드셨다는 것을 인정할 때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얘기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천주교의 이러한 인간관은 천(天. 하늘)을 인정하고 천명(天命.하늘의 명령)을 따름으로써 군자가 될 수 있다는 공자의 가르침과 상통한다"고 밝혔다.

 김용옥씨는 강의 중 추기경에게 고백성사하듯 "제가 논어 강의를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질시와 모함을 받고 있어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고 김 추기경은 "해답은 선생이 쓴 책에 다 나와 있는데 잊었느냐"며 '서(恕. 용서)'란 말을 지적, 방청석의 박장대소를 끌어 냈다.

 김 추기경은 4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교관 집무실에서 김용옥씨를 접견하고 "논어에 대하여 잘 모르지만 유교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배치되지 않는다"며 출연의사를 밝혀 이번 강의와 대담이 성사됐다.<송평인 기자>

 김 수 환 추기경(왼쪽)이 24일 녹화된 KBS 1TV '도올의 논어이야기'에 출연해 "나보고 공자의 출생과정을 모독한 도올 선생을 혼내주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자료 : 동아일보. 2001.04.25,수요일,제24807호,A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