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문 시평>



  전쟁 그후에 오는 것


  어느 시대나 역사의 전개과정은 전쟁을 하나의 매듭 내지 단계로 하여 진행되는 것을 보아왔다.

 전쟁은 고의든 아니든 필연적으로 격심한 파괴와 더불어 이에 수반한 인간의 대응심리가 문화적 변혁을 초래한다. 1차대전에 참전한 러시아 군인들에 의하여 내연하던 러시아혁명은 발화점을 찾기 시작했고, 2차대전으로 인하여 유럽의 주도권이 아메리카로 옮겨가 팍스아메리카나의 세기가 열리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으로서는 참으로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의 참화를 인식한 사람들의 반전여론과 인터넷이 가져온 정보의 공유화는 더이상 전장의 정보를 작전지휘부의 독점하에 남겨두지 않는다. 펜타곤의 전략적 기획물인 인터넷이 전선의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세계에 알리는 국제적 시민감시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무고한 인명의 희생이 이루어지는 현장의 소식을 인터넷방송이 간단한 현지조작만으로서도 전세계에 알려지는 폭발적 효과를 거두며 전쟁의 향방을 가름하는 것이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의 반대와 국제적 민간단체의 반전여론,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전달수단의 보편화 등으로 인하여 전쟁이 더 이상 야만적 파괴수준으로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전투에서의 승패는 무기로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그러나 그후의 더 많은 과제를 이번 전쟁은 남겨 놓을 것이다. 더불어 새밀레니엄의 장을 여는 많은 변화가 다가올 것이다.

 이번 전쟁은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아니 그 시작을 좀더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선 문명간의 갈등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 예상된다.이기회에 종교와 인간의 관계가 더욱 뜨거운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중세의 암흑시대는 근대 시민혁명으로 정치적 절연을 이루었지만, 이는 유럽과 아메리카에 불과하고, 나머지 지역 특히 중동의 이스람권은 여전히 정교일치의 중세적 암흑시대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더욱 회교원리주의를 고집하는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반문명적인 지배체제를 공고화했던 사례를 우리는 보았다. 그들은 인류보편의 가치를 거부하고 성의 차별과 노예적 지배체제를 종교적신념으로 위장하여 정치세력화 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가치실현과 발전을 거부하는 독제체재는 이제 국제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지도자의 권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에 관하여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유럽의 몰락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유엔의 위상이 더이상 국제분쟁의 조정자로서 남아있지 못하게 되는,국제기구의 형해화=신 바티칸(New Vatican)의 형성이 주목된다.

 위와같은 현상은 재래의 '국경적 국제법'에서 탈피한 신질서로 나타날 것이며 이것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탈문명이 될 것이다.

세기전 H. Grotius에 의하여 제기된 '전쟁과 평화의 법'이 국경적 국제법 질서로 기능하였던 세기가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새밀레니엄, 유럽의 몰락으로 상징되는 전후의 국제질서는 확실한 태평양시대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세계의 중심축은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오는 동안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이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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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4. 1)